군중을 따라가는 투자자들

군중심리는 왜 투자 실패를 부를까?

뉴턴도 피하지 못한 함정

1720년, 아이작 뉴턴은 이미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으로 불리고 있었습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고, 행성의 움직임을 한 치의 오차 없이 계산해냈으며, 왕립학회 회장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그해 봄, 영국에서 가장 뜨거웠던 주식 하나에 손을 댔습니다. 바로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 주식이었습니다.

뉴턴은 처음엔 영리했습니다. 주가가 오르는 걸 지켜보다가 적당한 시점에 매도해 상당한 수익을 챙겼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주가는 계속 올랐고, 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하인도, 이웃도, 심지어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들까지 남해회사 주식으로 떼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뉴턴은 견디지 못하고 다시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번엔 이전보다 훨씬 큰 돈을, 그것도 주가가 최고점에 가까워진 시점에 넣었습니다.

몇 달 뒤 거품은 터졌고, 뉴턴은 오늘날 가치로 환산하면 수십억 원에 달하는 돈을 잃었습니다. 그는 훗날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 우주의 법칙을 풀어낸 사람이, 왜 유독 사람들이 몰려가는 곳에서는 판단력을 잃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300년이 지난 지금도 투자자들의 지갑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왜 똑똑한 사람도 무리를 따라가는가

군중심리, 혹은 심리학 용어로 ‘herding behavior’는 개인이 자신의 독립적인 판단보다 다수의 행동을 따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현상이 무지한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뉴턴처럼 논리적 사고의 정점에 있던 인물조차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여기에는 진화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인류는 오랜 세월 소규모 무리를 이루어 생존해왔습니다. 초원에서 갑자기 다른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뛰기 시작하면, 그 이유를 따지기보다 일단 같이 뛰는 개체가 살아남을 확률이 높았습니다. 맹수가 나타났는지 아닌지 직접 확인하려다 늦어지면 목숨을 잃을 수 있으니까요. 이런 본능은 생존에는 유리했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정반대로 작동합니다. 주가가 오르는 방향으로 사람들이 몰려간다고 해서 그 방향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이 이미 사들인 자산일수록 앞으로 오를 여지는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Solomon Asch)가 1950년대에 진행한 동조 실험은 이 본능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실험 참가자에게 눈에 뻔히 보이는 선분의 길이를 비교하게 했는데, 함께 있던 가짜 참가자들(실험 협조자)이 일부러 틀린 답을 말하자, 실제 참가자 중 약 3분의 1이 명백히 틀린 답에 동조했습니다. 자신의 눈보다 다수의 의견을 더 신뢰한 것입니다. 투자 시장에서는 이 선분이 주가 차트로 바뀔 뿐, 원리는 똑같이 작동합니다.

어떻게 군중심리는 시장을 움직이는가

군중심리가 투자 실패로 이어지는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정보 폭포(information cascade)’ 현상입니다. 어떤 자산의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해도 “다른 사람들이 사고 있으니 뭔가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판단이 쌓이고 쌓이면서 실제 정보나 근거보다 ‘남들이 산다는 사실’ 자체가 매수의 근거가 되어버립니다. 각자는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믿지만, 전체적으로는 근거 없는 상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즉 소외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주변 사람이 특정 주식이나 코인으로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인간의 뇌는 손실에 대한 두려움과 거의 비슷한 강도로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낍니다. 실제로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이익을 얻을 때의 기쁨보다 손실을 볼 때의 고통을 약 두 배 더 크게 느낍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남들이 버는 걸 지켜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역시 뇌는 일종의 ‘손실’로 처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냉정한 분석 없이 서둘러 뛰어듭니다.

세 번째는 확증편향입니다. 일단 어떤 자산을 사고 나면, 사람은 그 선택이 옳았다는 증거만 골라서 보기 시작합니다. 상승을 예측하는 전문가의 말은 귀담아듣고, 하락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저 사람은 몰라서 그런다”며 무시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는 이 편향을 증폭시키는 최적의 환경입니다. 같은 종목을 산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의 판단을 확인해주다 보니, 위험 신호가 나타나도 집단 전체가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세 단계가 맞물리면 시장은 실제 가치와 무관하게 가격이 치솟는 국면에 들어섭니다. 문제는 거품이 영원히 부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느 순간 누군가 매도하기 시작하면, 상승할 때와 똑같은 심리가 이번엔 반대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팔고 있으니 나도 팔아야 한다”는 공포가 순식간에 번지고, 이것이 바로 패닉셀(panic sell)로 이어집니다.

역사가 반복해서 증명한 사례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파동은 군중심리가 만든 최초의 대규모 금융 거품으로 꼽힙니다. 1636년 무렵 튤립 구근 하나의 가격이 숙련된 장인의 연봉을 뛰어넘을 정도로 치솟았습니다. 사람들은 튤립 자체보다 “내일이면 이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사고팔았습니다. 1637년 초, 어느 경매에서 처음으로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자 가격은 순식간에 붕괴했고, 수많은 사람이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잃었습니다.

20세기에도 같은 패턴은 반복됩니다.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당시, 사람들은 실적도 없는 인터넷 기업 주식에 몰려들었습니다. ‘.com’이라는 이름만 붙어도 주가가 뛰었고, 이 흐름에 올라타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진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습니다. 2000년 나스닥 지수가 정점을 찍은 뒤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약 78% 폭락했고, 개인 투자자들의 은퇴자금이 대거 증발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미국 부동산 시장도 비슷했습니다. “집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사회 전반에 퍼지면서, 상환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까지 대출이 이루어졌고, 은행과 투자자들은 이 위험을 서로 나눠 가지며 안심했습니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기에, 정작 위험 신호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가까운 예로는 2021년의 게임스탑(GameStop) 사태와 국내 가상자산 열풍도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특정 종목이나 코인에 집단적으로 몰려들었고, 짧은 기간에 가격이 수십 배씩 뛰었다가 다시 급락하는 과정이 반복되었습니다.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에는 군중심리가 퍼지는 속도 역시 그만큼 빨라진다는 점을 이 사례들은 보여줍니다.

상승장과 하락장, 군중심리는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가

구분상승장(버블 형성기)하락장(패닉 국면)
지배적 감정소외에 대한 두려움(FOMO)손실에 대한 공포
정보 처리 방식긍정적 뉴스만 선택적으로 수용부정적 뉴스에 과민 반응
행동 패턴근거 없이 추격 매수근거 없이 투매(패닉셀)
판단 기준“남들이 사니까 오르겠지”“남들이 파니까 더 떨어지겠지”
결과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 형성실제 가치보다 낮은 가격 형성
대표 사례튤립 파동, 닷컴 버블2008년 금융위기, 각종 폭락장

이 표에서 알 수 있듯, 군중심리는 방향만 다를 뿐 작동 원리는 똑같습니다. 상승장에서는 낙관이 전염병처럼 퍼지고, 하락장에서는 공포가 똑같은 속도로 퍼집니다. 두 경우 모두 개인의 독립적인 분석은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군중심리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뇌의 기본 설정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몇 가지 장치를 마련해두면 그 영향력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첫째, 투자 결정을 내리기 전에 반드시 매수 이유를 글로 적어보는 습관입니다. “이 자산을 왜 사려고 하는가”를 구체적인 숫자와 근거로 써보면, 그 이유가 “남들도 사니까”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스스로 드러납니다.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의 오랜 투자 파트너였던 찰리 멍거(Charlie Munger)는 “군중과 반대로 가라는 뜻이 아니라, 군중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한 다음 독립적으로 판단하라”는 취지의 조언을 자주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둘째, 투자 정보를 얻는 채널을 의도적으로 다양화하는 것입니다. 같은 성향의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만 머물면 확증편향이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상반된 의견을 의도적으로 찾아 읽는 습관은 판단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셋째, 미리 정한 원칙을 지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 종목이 30% 오르면 절반은 매도한다”거나 “20% 하락하면 손절매한다”와 같은 규칙을 감정이 흔들리기 전, 즉 시장이 조용할 때 미리 정해두는 방법입니다. 규칙이 없으면 그 순간의 분위기에 판단을 맡기게 되고, 그 분위기는 대개 군중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오늘날의 투자 환경에서 더 커진 위험

스마트폰과 SNS가 일상이 된 지금, 군중심리가 퍼지는 속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습니다. 17세기 튤립 파동은 몇 달에 걸쳐 퍼졌지만, 오늘날 특정 종목이나 코인에 대한 소문은 몇 시간 만에 수백만 명에게 도달합니다. 유튜브 알고리즘과 실시간 커뮤니티는 사용자가 이미 관심을 보인 정보를 계속 노출시키면서, 한쪽 방향으로 쏠린 믿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동시에 개인 투자자가 시장에 접근하기는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습니다. 예전에는 증권사 창구를 직접 찾아가야 했다면, 지금은 스마트폰 앱 하나로 몇 초 만에 매수 버튼을 누를 수 있습니다. 진입 장벽이 낮아진 만큼, 충분한 고민 없이 군중을 따라가는 매매도 그만큼 쉬워졌다는 뜻입니다. 결국 기술은 정보를 얻는 속도는 높여주었지만, 그 정보를 판단하는 인간의 능력까지 함께 발전시켜주지는 않았습니다.

핵심 요약

  • 군중심리는 지능이나 학력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작동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 메커니즘이다
  • 정보 폭포, 포모, 확증편향이라는 세 가지 심리 작용이 맞물려 시장의 거품과 붕괴를 만든다
  • 튤립 파동부터 닷컴 버블, 2008년 금융위기, 최근의 가상자산 열풍까지 같은 패턴이 반복돼왔다
  • 매수 이유를 기록하고, 정보 채널을 다양화하고, 미리 원칙을 정해두는 습관이 군중심리에 휩쓸리는 것을 막아준다
  • SNS와 모바일 거래 환경은 군중심리가 퍼지는 속도를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만들었다

오늘의 한 문장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볼 때다.

FAQ

Q1. 군중심리는 심리학적으로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나요? 개인이 자신의 독립적인 판단이나 정보보다 다수의 행동이나 의견을 따라가려는 심리적 경향을 말합니다. 투자 분야에서는 특정 자산에 사람들이 몰릴 때 그 이유를 따지지 않고 함께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Q2. 워런 버핏은 왜 “남들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워하라”고 말했나요? 군중이 낙관에 휩싸여 있을 때가 오히려 자산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부풀려져 있을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모두가 공포에 질려 있을 때는 저평가된 자산을 발견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Q3. 개인 투자자가 군중심리를 완전히 피할 수 있나요?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진화적으로 형성된 본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다만 매수 근거를 기록하고, 사전에 매매 원칙을 정해두고, 다양한 정보원을 접하는 습관을 통해 그 영향을 크게 줄일 수는 있습니다.

Q4. 튤립 파동은 정말로 역사상 최초의 버블인가요? 많은 경제사학자들이 근대적 의미의 최초 금융 버블 사례로 튤립 파동을 꼽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당시 실제 피해 규모가 후대에 다소 과장되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다만 가격이 실제 가치와 무관하게 기대심리만으로 폭등했다가 붕괴한 구조 자체는 이후 모든 버블의 원형으로 평가받습니다.

Q5. SNS는 왜 투자에서 군중심리를 더 위험하게 만드나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는 알고리즘 구조 때문에, 한 방향으로 쏠린 정보와 의견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확증편향이 강화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보 확산 속도가 매우 빨라 군중심리가 형성되고 붕괴하는 주기 자체가 과거보다 짧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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