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는 왜 진실보다 더 빨리 퍼질까?
트위터 한 장의 그래프가 뒤집어놓은 상식
2018년, MIT 미디어랩의 연구팀이 트위터 데이터를 분석하다가 이상한 그래프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2006년부터 2017년까지 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리트윗한 12만 6천 건의 소문을 추적한 결과였는데, 그 그래프는 상식과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거짓 정보가 진실보다 훨씬 더 멀리, 더 빠르게, 더 깊이 퍼져나가고 있었던 겁니다. 그것도 근소한 차이가 아니었습니다. 거짓 뉴스가 1,500명에게 도달하는 속도는 진짜 뉴스보다 여섯 배나 빨랐고, 완전히 새로운 사람에게 처음 도달하는 상위 1%의 거짓 이야기는 무려 1,000명에서 10만 명에게까지 퍼졌지만, 진실은 좀처럼 1,000명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 결과를 발표한 사람들이 가짜뉴스를 옹호하려던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너무 궁금해서 3년 넘게 데이터를 파고든 학자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흔히 “가짜뉴스가 퍼지는 건 봇(bot) 때문”이라거나 “사람들이 무지해서”라고 쉽게 단정 짓곤 합니다. 그런데 이 연구는 그 짐작이 틀렸다는 걸 보여줍니다. 봇을 통계에서 제거해도 결과는 거의 똑같았거든요. 진짜 범인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 인간의 뇌가 정보를 판단하고 반응하는 아주 오래된 방식 그 자체였습니다. 이 글은 그 범인을 하나씩 추적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왜 이것이 중요한가
이 질문이 그저 흥미로운 트리비아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우리가 매일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 안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일입니다. 선거철에 떠도는 조작된 사진 한 장이 여론조사 결과를 바꾸고, 주식시장에서는 허위 소문 하나가 몇 시간 만에 수백억 원의 자산 가치를 흔들어 놓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는 “소금물로 입을 헹구면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는 식의 거짓 정보가 실제 방역 지침보다 훨씬 빠르게 퍼지면서 사람들의 목숨과 직결된 혼란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다시 말해 이건 단순히 ‘인터넷 예절’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무엇을 진실로 믿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를 좌우하는 근본적인 구조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같은 방식으로 속고, 같은 방식으로 정보를 퍼뜨리게 됩니다. 이 메커니즘을 안다는 것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생존 기술에 가깝습니다.
소문은 원래 빨랐다
사실 거짓 정보가 진실보다 빨리 퍼지는 현상 자체는 인터넷이 만들어낸 발명품이 아닙니다. 인류 역사를 훑어보면 이 패턴은 계속 반복되어 왔습니다. 1938년, 미국에서 라디오 드라마 ‘우주 전쟁’이 방송되었을 때, 화성인이 실제로 지구를 침공했다고 믿은 청취자들이 짐을 싸 들고 도망친 사건이 있었습니다. 방송 중간에 “이것은 드라마입니다”라는 안내가 여러 차례 나왔음에도, 공포에 질린 사람들의 입소문은 그 안내 방송보다 훨씬 빠르게 이웃 마을까지 퍼져나갔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755년 리스본 대지진 직후에도, 지진의 원인을 둘러싼 온갖 유언비어와 음모론이 정부의 공식 발표보다 앞서 퍼지면서 혼란을 키웠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즉, 인간 사회에는 원래부터 ‘자극적인 이야기가 차분한 사실보다 빨리 이동하는’ 본능적인 경향이 있었던 겁니다. 다만 예전에는 이 소문이 퍼지는 속도가 사람의 두 발과 말(馬)의 속도, 혹은 신문의 인쇄 속도에 묶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셜미디어는 이 물리적 제약을 완전히 없애버렸습니다. 예전에는 한 마을 사람에게 소문이 도달하는 데 며칠이 걸렸다면, 지금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 0.1초 만에 도달합니다. 다시 말해 소셜미디어는 거짓말을 새로 만들어낸 게 아니라, 인간이 원래 가지고 있던 오래된 성향에 로켓 엔진을 달아준 셈입니다.
진실이 거짓을 이길 수 없는 세 가지 이유
1. 새로움(novelty)이라는 강력한 마약
MIT 연구팀이 발견한 첫 번째 핵심 원인은 ‘새로움’이었습니다. 인간의 뇌는 진화적으로 새로운 정보에 훨씬 강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원시시대를 떠올려보면 이유가 명확해집니다. “저 언덕 너머에 항상 있던 사슴 무리가 오늘도 있다”는 정보보다 “저 언덕 너머에 어제까지 없던 낯선 짐승이 나타났다”는 정보가 생존에 훨씬 중요했습니다. 새로운 것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뇌를 가진 조상들이 살아남았고, 그 유전자가 지금 우리에게까지 이어져 온 겁니다. 문제는 거짓 정보가 이 ‘새로움 본능’을 아주 효과적으로 자극하도록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벌어진 사건은 상식적인 범위 안에 있는 경우가 많지만, 지어낸 이야기는 얼마든지 더 놀랍고, 더 충격적이고, 더 기존 상식을 뒤엎는 방향으로 설계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이 실제로 분석해보니, 거짓 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사람들에게 ‘더 새롭다’는 인상을 훨씬 강하게 남겼고, 이 새로움의 정도가 클수록 리트윗 확률도 함께 올라갔습니다.
2. 감정, 특히 놀라움과 혐오감이라는 연료
두 번째 이유는 감정입니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에 각각 어떤 감정으로 반응하는지도 분석했는데, 결과가 뚜렷했습니다. 진짜 뉴스에 달린 답글에는 슬픔, 기대, 신뢰 같은 비교적 차분한 감정 단어가 많았던 반면, 가짜 뉴스에 달린 답글에는 놀라움과 혐오감을 나타내는 단어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심리학에서는 오래전부터 ‘감정적 각성(emotional arousal)’이 강한 정보일수록 사람들이 그것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충동을 더 강하게 느낀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는 무언가를 읽고 “말도 안 돼!” 혹은 “세상에, 이럴 수가”라는 감정이 확 솟구칠 때, 그 내용이 사실인지 검증하기도 전에 손가락이 먼저 ‘공유하기’ 버튼을 누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반대로 담담하고 정확한 사실은 우리 안에 그런 강렬한 감정의 파도를 잘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굳이 지금 당장 남에게 알리고 싶다는 충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겁니다.
3. 봇이 아니라 사람이 문제였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가짜뉴스 확산의 주범을 자동화된 봇 계정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MIT 연구팀이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봇 계정들을 통계에서 제거하고 인간 계정만 따로 분석해보니, 거짓 정보가 더 빨리 퍼지는 패턴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봇은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를 거의 같은 비율로 퍼뜨리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거짓 정보를 실제로 더 멀리, 더 빠르게 퍼뜨리는 주체는 기계가 아니라 바로 우리 인간이었다는 겁니다. 이 발견은 상당히 불편한 진실을 말해줍니다. 우리는 흔히 가짜뉴스 문제를 “저 나쁜 봇 계정들과 해커들 때문”이라고 외부의 탓으로 돌리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스스로가 새로움과 자극에 끌려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아무렇지 않게 옮기고 있는 겁니다. 이건 단순히 몇몇 특정한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이 공통적으로 가진 인지 편향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4. ‘반복이 곧 진실’이라는 착각 — 진리 착각 효과
여기에 한 가지 심리적 현상이 더해지면 확산은 더욱 가속화됩니다. 심리학자들이 ‘진리 착각 효과(illusory truth effect)’라고 부르는 현상인데, 쉽게 말해 사람은 어떤 말을 반복해서 들을수록 그 말이 사실일 가능성이 실제보다 더 높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처음 봤을 땐 “이거 좀 이상한데?”라고 의심했던 정보라도, 여러 사람의 타임라인에서 세 번, 네 번 다시 마주치는 순간 “어? 다들 이야기하네, 진짜인가 보다”라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게 되는 겁니다.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사람들이 오래 머무르고 자주 반응하는 콘텐츠를 더 많이 노출시키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거짓 정보는 새롭고 감정을 자극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을 더 많이 이끌어냅니다. 결과적으로 알고리즘은 이 거짓 정보를 ‘인기 있는 콘텐츠’로 인식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시키고, 그 노출은 다시 ‘진리 착각 효과’를 강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냅니다.
숫자로 보는 거짓의 속도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사건들을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2013년, 누군가 AP통신의 트위터 계정을 해킹해 “백악관에서 폭발이 있었고 오바마 대통령이 부상당했다”는 가짜 트윗을 올렸습니다. 이 트윗이 삭제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채 몇 분도 되지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순식간에 약 130포인트,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약 1,360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150조 원 상당)가 증발했다가 다시 회복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걸린 시간보다, 거짓 정보가 시장을 흔드는 데 걸린 시간이 압도적으로 짧았던 겁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2016년 미국 대선 기간 동안 퍼진 ‘피자게이트’ 음모론이 있습니다. 워싱턴 DC의 한 피자 가게가 아동 인신매매의 거점이라는 완전히 날조된 이야기였는데, 이 이야기는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고 결국 한 남성이 총을 들고 실제로 그 가게에 찾아가는 사건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이 현상을 두고 ‘인포데믹(infodemic, 정보 전염병)’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을 정도로, 바이러스에 대한 각종 가짜 치료법과 음모론은 공식 방역 지침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메신저와 SNS를 타고 퍼져나갔습니다.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는 이렇게 다르게 움직인다
MIT 연구를 비롯한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는 다음과 같이 뚜렷하게 다른 확산 패턴을 보입니다.
| 비교 항목 | 진짜 뉴스 | 가짜 뉴스 |
|---|---|---|
| 1,500명 도달 속도 | 상대적으로 느림 | 약 6배 더 빠름 |
| 최대 확산 범위(상위 1%) | 1,000명을 넘기기 어려움 | 최대 10만 명까지 확산 |
| 주로 유발하는 감정 | 슬픔, 기대, 신뢰 | 놀라움, 혐오감 |
| ‘새로움’ 지수 | 낮음 | 매우 높음 |
| 확산 주체 | 인간과 봇 비슷한 비율 | 인간이 압도적 주도 |
| 확산 폭 (전파자 수) | 좁고 얕음 | 넓고 깊음 |
| 정정 보도 도달률 | — | 원래 가짜뉴스 확산량의 극히 일부에 불과 |
이 표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마지막 줄입니다. 나중에 언론사가 “그 뉴스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라고 정정 보도를 내더라도, 그 정정 보도는 처음 퍼진 가짜뉴스만큼 사람들에게 도달하지 못합니다. 첫인상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뜻이고, 이는 곧 한 번 퍼진 거짓 정보는 나중에 진실이 밝혀져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지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
이 모든 이야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결국 하나로 모입니다. 가짜뉴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더 강력한 규제’나 ‘더 똑똑한 인공지능 필터’에서만 찾으려 한다면 절반의 해법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플랫폼 차원의 알고리즘 개선이나 팩트체크 시스템은 분명 필요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열쇠는 우리 각자가 쥐고 있습니다. 어떤 소식을 보고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말도 안 돼, 이건 알려야 해!”라는 충동이 강하게 들 때,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가장 조심해야 할 타이밍입니다. 연구가 보여주듯 그 강렬한 감정과 새로움이야말로 거짓 정보가 우리를 낚아채는 미끼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어떤 정보가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고 밋밋하게 느껴진다고 해서 덜 중요하거나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차분하고 검증된 사실일수록 원래 그렇게 담담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유 버튼을 누르기 전, 딱 3초만 멈춰서 “이 정보의 출처가 어디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습관, 그 사소한 습관 하나가 정보 생태계 전체를 조금씩 건강하게 바꿔나가는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핵심 정리
- 2018년 MIT 미디어랩 연구에 따르면, 거짓 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약 6배 빠르게 퍼지고, 최대 10만 명에게까지 도달한다.
- 거짓 정보가 빨리 퍼지는 핵심 원인은 ‘새로움’과 ‘놀라움·혐오감 같은 강한 감정’이다.
- 확산의 주범은 봇이 아니라 인간이며, 봇을 제거해도 확산 패턴은 거의 그대로였다.
- ‘진리 착각 효과’ 때문에 같은 거짓 정보를 반복해서 접할수록 사람들은 그것을 더 진실처럼 느낀다.
- 나중에 나오는 정정 보도는 처음 퍼진 가짜뉴스만큼 사람들에게 도달하지 못한다.
- 결국 이 문제를 푸는 열쇠는 기술이 아니라, 정보를 공유하기 전 잠깐 멈추는 우리 개개인의 습관에 있다.
오늘의 한 문장
거짓말이 빠른 이유는 거짓말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뇌가 새롭고 놀라운 것을 사랑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FAQ
Q1. 가짜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빨리 퍼진다는 연구는 어떤 근거로 나온 건가요? 2018년 MIT 미디어랩의 소로시 보소기(Soroush Vosoughi) 등 연구팀이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논문으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트위터에서 300만 명이 12만 6천여 건의 소문을 리트윗한 데이터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결과입니다.
Q2. 가짜뉴스 확산에 봇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가요? 연구팀이 자동화된 봇 계정을 제외하고 인간 계정만 분석했을 때도 거짓 정보가 더 빨리 퍼지는 패턴은 거의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즉 확산의 핵심 동력은 봇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이 이 연구의 중요한 발견입니다.
Q3. 가짜뉴스에 잘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떤 정보를 보고 강한 놀라움이나 분노, 혐오감이 즉각적으로 느껴진다면 잠시 멈춰서 출처를 확인하는 습관이 가장 효과적인 방어책으로 꼽힙니다. 공유하기 전 한 번 더 검색해보는 것만으로도 확산 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습니다.
Q4. 진리 착각 효과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같은 정보를 반복해서 접할수록, 그 정보의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사람이 그것을 더 진실처럼 느끼게 되는 심리 현상을 말합니다. 반복 노출 자체가 신뢰도를 높이는 착시를 만들어냅니다.
Q5. 정정 보도를 내면 가짜뉴스의 피해를 되돌릴 수 있나요? 정정 보도가 나오더라도 그 도달 범위는 원래 가짜뉴스가 퍼진 규모에 비해 훨씬 제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첫인상 효과가 강하게 남기 때문에, 사전에 확산을 막는 것이 사후 정정보다 훨씬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