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알고리즘이 사람들에게 서로 다른 현실을 보여주며 여론을 형성하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여론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 우리는 정말 스스로 생각해서 의견을 갖는 걸까?

섬에 갇힌 사람들의 이상한 우정

1914년, 태평양의 어느 외딴 섬. 그곳에는 영국인과 프랑스인, 독일인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었습니다. 배가 몇 주에 한 번 들를까 말까 한 곳이었고, 신문도 전보도 제때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섬 밖에서는 이미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 중 하나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바로 제1차 세계대전이었습니다. 영국, 프랑스는 한편이 되어 독일과 싸우고 있었죠. 수백만 명이 참호 속에서 서로에게 총을 겨누던 그 순간에도, 이 섬에 사는 영국인과 프랑스인과 독일인은 여전히 저녁이면 함께 식사를 하고, 카드놀이를 하며 웃고 떠들었습니다.

왜였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그들은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소식이 섬에 도착하기까지 무려 6주가 걸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6주 동안, 실제로는 적국의 국민이면서도 서로를 여전히 친구로 대했던 겁니다.

이 이야기는 미국의 언론학자 월터 리프먼이 1922년에 쓴 책 《여론(Public Opinion)》의 첫머리에 나오는 유명한 일화입니다. 리프먼이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단순히 흥미로운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 일화를 통해 아주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전해준 세상의 그림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아닐까?”

섬사람들이 여전히 친구로 지냈던 이유는 세상이 평화로워서가 아니라, 그들 머릿속의 ‘세상 그림’이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리프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매일 갖는 ‘의견’, 즉 여론이라는 것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지금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매일 뉴스를 보고, SNS 피드를 스크롤하며 세상에 대한 의견을 형성합니다. 그런데 그 의견은 정말 온전히 ‘나의 판단’일까요, 아니면 누군가가 골라서 보여준 세상의 조각들을 짜맞춘 결과일까요? 이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여론이라는 것이 자연 발생하는 안개 같은 것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왜 이것이 중요한가

여론은 단순히 “사람들 생각이 이렇더라” 하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여론은 선거의 승패를 가르고, 전쟁을 시작하거나 끝내며, 특정 정책을 밀어붙이거나 폐기시키는 실질적인 힘입니다.

역사를 조금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결정적 계기 중 하나는 전장의 참혹한 사진들이 미국 안방까지 전해지면서 반전 여론이 폭발적으로 커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반대로 어떤 독재 정권은 언론을 완전히 장악함으로써, 실제로는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정책도 마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것처럼 포장해 수십 년을 버티기도 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오늘날 우리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 정보가 누군가에 의해 정교하게 걸러지고 편집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클릭할 만한 콘텐츠만 골라 보여주고, SNS의 타임라인은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로 채워집니다. 그 결과 우리는 “다들 이렇게 생각하는구나”라고 믿게 되지만, 사실 그 ‘다들’은 전체 사회의 극히 일부일 수도 있습니다.

여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하는 일은, 단순히 흥미로운 지식 하나를 아는 것을 넘어섭니다. 이것은 내가 지금 갖고 있는 생각이 정말 ‘나의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설계된 것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 즉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생존 기술과 다름없습니다.

‘여론’이라는 개념은 언제 생겨났을까

‘여론(public opinion)’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8세기 유럽입니다.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들, 특히 장 자크 루소나 볼테르 같은 인물들은 왕이나 귀족이 아니라 ‘공중(the public)’이 정치적 정당성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카페와 살롱에서 시민들이 신문을 읽고 정치를 토론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여론’은 왕권에 맞서는 새로운 권위로 떠올랐습니다.

19세기에 신문이 대중화되면서 여론의 힘은 더욱 커졌습니다. 그리고 20세기 들어 라디오와 텔레비전이 등장하면서, 여론을 ‘형성’하는 기술 자체가 하나의 산업이 되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각국 정부는 프로파간다(선전) 부서를 만들어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하고 적국에 대한 적개심을 조직적으로 퍼뜨렸습니다. 에드워드 버네이스라는 인물은 이 시기의 선전 기법을 훗날 상업 광고와 대중 설득의 기술로 발전시켰는데, 그는 다름 아닌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조카였습니다. 그는 대중의 무의식적 욕망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담배 회사의 매출을 끌어올렸고, 이 기법은 이후 정치 캠페인에도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리프먼이 1922년 《여론》을 쓴 것도 바로 이런 배경 속에서였습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정부의 선전 활동에 직접 관여했던 인물이었고, 그렇기에 누구보다 여론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설계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여론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머릿속 세상과 실제 세상은 다르다 — ‘유사환경’이라는 개념

리프먼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하나는 실제로 존재하는 ‘진짜 환경’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머릿속에 있는 ‘유사환경(pseudo-environment)’, 즉 세상에 대한 그림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행동을 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이 진짜 환경이 아니라 이 머릿속 그림이라는 점입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시리아 내전의 실제 참상을 직접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은 뉴스 기사, 사진, 영상을 통해 전달된 ‘그림’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그림을 바탕으로 “저 나라는 정말 위험하구나” 혹은 “저건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아니구나”라는 실제 판단을 내립니다. 즉, 우리의 의견은 세상 자체가 아니라 ‘세상에 대해 누군가 전달해 준 것’에 반응한 결과인 셈입니다.

누가 ‘중요한 것’을 정하는가 — 의제 설정 이론

그렇다면 이 ‘그림’은 누가 그리는 걸까요? 1972년, 미국의 언론학자 맥스웰 맥콤스와 도널드 쇼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이들은 유권자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슈들의 순위와, 지역 언론이 비중 있게 다룬 이슈들의 순위를 비교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습니다. 언론이 크게, 자주 다룬 이슈일수록 유권자들도 그것을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것이 바로 ‘의제 설정 이론(agenda-setting theory)’입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언론은 사람들에게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what to think)’는 강요하지 못할지 몰라도, ‘무엇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지(what to think about)’는 강력하게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느 날 모든 뉴스가 범죄 사건만 집중적으로 보도한다면, 실제 범죄율이 그대로여도 사람들은 “요즘 세상이 흉흉해졌다”고 느끼게 됩니다. 반대로 특정 사건이 언론에서 조용히 다뤄진다면, 그 사건이 아무리 중대해도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납니다. 뉴스는 세상의 거울이 아니라, 세상의 어느 부분을 비출지 선택하는 손전등에 가깝습니다.

나만 다른 생각인 것 같은 침묵의 소용돌이

여론 형성에서 또 하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다수처럼 보이는 것에 대한 순응 심리’입니다. 독일의 여론조사 학자 엘리자베트 노엘레-노이만은 1970년대에 ‘침묵의 나선(spiral of silence)’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핵심 아이디어는 이렇습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의견이 다수의 의견과 다를 경우,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소수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면 침묵하고, 반대로 다수 의견이라고 느끼면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냅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반복되면, 실제로는 팽팽하게 나뉜 의견이라 해도 한쪽 목소리만 계속 커지고 다른 쪽은 점점 더 조용해진다는 것입니다. 결국 나중에는 마치 사회 전체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이 이론은 1951년 미국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쉬가 진행한 유명한 실험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애쉬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명백하게 길이가 다른 선분을 보여주고, 주변 사람들(사실은 미리 짜고 틀린 답을 말하도록 한 배우들)이 모두 틀린 답을 말하게 했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실험 참가자 중 상당수가 자신의 눈으로 본 것보다 주변 사람들의 답을 따라갔습니다. 자신이 명백히 옳다고 느끼면서도, 집단과 다른 답을 말하는 것에 심리적 부담을 느낀 것입니다. 여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종종 ‘내 생각’이 아니라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먼저 계산한 뒤에 입을 엽니다.

의견은 대중매체에서 곧바로 개인에게 가지 않는다 — 2단계 유통 이론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발견은, 매체의 메시지가 대중에게 곧바로,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1940년대 사회학자 폴 라자스펠드는 미국 대선 유권자들을 연구하면서 ‘2단계 유통 이론(two-step flow theory)’을 제시했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매체의 메시지는 먼저 그 분야에 관심이 많고 정보에 밝은 ‘의견 지도자(opinion leader)’들에게 전달되고, 이 의견 지도자들이 자신의 해석을 덧붙여 주변 사람들에게 다시 전달합니다. 즉 우리가 어떤 뉴스를 보고 의견을 형성할 때, 실제로는 그 뉴스 자체보다 “그 뉴스를 보고 우리 회사 부장님이, 혹은 내가 자주 보는 유튜버가 뭐라고 해석했는지”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오늘날로 치면 이 ‘의견 지도자’는 인플루언서, 유튜버, 파워 트위터 계정 등으로 진화했습니다. 사람들은 원 뉴스 기사보다 자신이 신뢰하는 인플루언서의 요약과 해석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습니다.

알고리즘 시대의 여론 — 메아리방과 필터 버블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여론 형성 메커니즘에는 결정적인 변수가 하나 더 추가되었습니다. 바로 알고리즘입니다. 과거에는 신문사나 방송국의 편집자가 ‘오늘 무엇을 보도할지’를 결정했다면, 지금은 각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당신에게 무엇을 보여줄지’를 개인 맞춤으로 결정합니다.

이 알고리즘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오래 머무르고, 반응하고, 공유할 만한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보여주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자신의 기존 신념을 확인시켜 주는 정보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이를 확증 편향이라고 부릅니다). 그 결과 알고리즘은 우리를 점점 더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 비슷한 콘텐츠로만 둘러싸인 공간으로 밀어 넣습니다. 이것이 ‘메아리방(echo chamber)’이자 ‘필터 버블(filter bubble)’ 현상입니다.

메아리방 안에서는 자신의 의견이 사회 전체의 ‘상식’이라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왜냐하면 내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이 나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침묵의 나선 이론이 예측했던 현상이, 이제는 알고리즘이라는 훨씬 더 정교하고 자동화된 도구를 통해 증폭되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 사례로 살펴보기

워터게이트 사건과 언론의 힘

1972년 미국에서 벌어진 워터게이트 사건은 언론이 여론을 어떻게 뒤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처음 이 사건이 터졌을 때 대다수 미국 언론은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의 두 기자,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이 끈질기게 취재를 이어가며 연속 보도를 하자, 여론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탄핵을 눈앞에 두고 스스로 사임했습니다. 이는 소수의 언론 보도가 지속적으로 쌓이면서 거대한 여론의 흐름을 만들어 낸 상징적인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와 데이터로 설계된 여론

2018년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회사는 페이스북 이용자 수천만 명의 개인 데이터를 부적절하게 수집해 각 개인의 심리적 성향을 분석하고, 그에 맞춤화된 정치 광고를 정교하게 노출시켰습니다. 이는 여론이 더 이상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되고 조준될 수 있는 것’이 되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린 사건이었습니다.

한국의 여론조사와 ‘샤이 진보·샤이 보수’ 논쟁

한국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논쟁도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선거 결과가 크게 어긋나는 경우, 흔히 ‘샤이 진보’ 혹은 ‘샤이 보수’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이는 특정 성향의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서는 자신의 실제 지지 후보를 밝히기를 꺼려한다는 가설입니다. 이 현상은 앞서 설명한 ‘침묵의 나선’ 이론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것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일수록 공개적인 자리(여론조사 전화도 포함해서)에서는 침묵하고, 투표소라는 익명의 공간에서만 진짜 속내를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시대별 여론 형성 방식 비교

구분인쇄매체 시대 (18~19세기)방송매체 시대 (20세기)디지털·알고리즘 시대 (21세기)
정보 게이트키퍼신문 편집자, 발행인TV·라디오 편성 책임자플랫폼 알고리즘
정보 확산 속도수일~수주실시간(전국 동시)실시간(전 세계 동시)
여론 형성 단위지역 공동체, 살롱국가 단위 대중개인 맞춤 커뮤니티
주된 영향력자언론인, 지식인앵커, 평론가인플루언서, 유튜버
다양성 노출제한적이나 공통 정보 공유소수 채널로 획일화 우려극단적 양극화 또는 파편화
조작 방식검열, 논조 통제프로파간다, 편성 조작데이터 기반 맞춤 광고, 봇

이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시대가 바뀌어도 ‘누군가 정보를 걸러서 전달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필터가 사람(편집자)에서 기술(알고리즘)로 넘어가면서, 필터링이 훨씬 더 은밀하고 개인화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달라졌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

그렇다면 우리는 이 사실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여론이 설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냉소주의에 빠지거나 “어차피 다 조작이니 아무것도 믿지 말자”는 태도를 갖는 것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그것 역시 극단적인 형태의 여론 조작에 취약해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균형 잡힌 의심입니다. 첫째,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정보가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 ‘세상의 일부를 편집한 그림’이라는 사실을 늘 의식하는 것입니다. 둘째,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의도적으로라도 찾아 듣는 습관입니다. 알고리즘은 우리를 편안한 메아리방 안에 가두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그 바깥으로 나가는 것은 이제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니라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셋째, “다들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그것이 정말 다수의 의견인지 아니면 침묵의 나선 속에서 목소리 큰 소수의 의견인지를 한 번쯤 의심해 보는 것입니다.

결국 리프먼이 100여 년 전 던졌던 질문, “우리는 세상 자체를 보고 있는가, 아니면 세상에 대한 그림을 보고 있는가”는 오늘날 알고리즘 시대에 오히려 더욱 절실한 질문이 되었습니다.

핵심 정리

  • 여론은 자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선별하고 전달하는 구조를 통해 ‘형성’된다.
  • 우리는 세상 자체가 아니라 머릿속 ‘유사환경(그림)’을 근거로 판단하고 행동한다(월터 리프먼).
  • 언론은 무엇을 생각할지는 못 정해도, 무엇에 대해 생각할지는 정할 수 있다(의제 설정 이론).
  • 사람들은 소수 의견이라 느끼면 침묵하고, 다수 의견이라 느끼면 목소리를 낸다(침묵의 나선).
  • 매체의 메시지는 의견 지도자(오늘날의 인플루언서)를 거쳐 재해석된 뒤 대중에게 전달된다(2단계 유통 이론).
  • 오늘날은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이 정보를 걸러내며, 메아리방과 필터 버블 현상을 낳는다.
  • 균형 잡힌 의심과 의도적인 반대 의견 탐색이 건강한 여론 형성의 핵심 해법이다.

오늘의 한 문장

여론은 세상이 스스로 말해주는 목소리가 아니라, 누군가 편집하고 우리가 서로 눈치를 보며 완성해 가는 하나의 그림이다.

FAQ

Q1. 여론이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나요? 여론은 특정 사회적 이슈에 대해 다수의 구성원이 공유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의견을 말합니다. 다만 실제로 다수가 그렇게 생각하는지, 아니면 그렇게 보이는 것뿐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Q2. 여론조사는 실제 여론과 왜 다르게 나올 때가 있나요? 응답자가 사회적으로 비난받을까 봐 자신의 진짜 의견을 숨기는 경우(사회적 바람직성 편향), 표본 구성의 편향, 질문 문항의 프레이밍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침묵의 나선 이론과도 관련이 깊습니다.

Q3. 필터 버블과 메아리방은 같은 개념인가요? 비슷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필터 버블은 알고리즘이 개인의 취향에 맞춰 정보를 자동으로 걸러 보여주는 기술적 현상을 가리키고, 메아리방은 그 결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소통하며 의견이 증폭되는 사회적 현상을 가리킵니다.

Q4. 여론 조작은 실제로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역사적으로 프로파간다, 언론 검열, 봇 계정을 이용한 여론 조작, 데이터 기반 맞춤형 정치 광고 등 다양한 방식이 사용되어 왔으며,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은 그 대표적인 현대 사례입니다.

Q5. 개인이 건강한 여론 형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서로 다른 관점의 매체를 의도적으로 접하고, 뉴스가 ‘세상의 일부’만 보여준다는 사실을 인식하며, 특정 의견이 실제 다수인지 아니면 목소리 큰 소수인지를 구분해 보려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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