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확장되는 현대 도시

도시는 왜 계속 커질까?

1950년, 서울에 살던 사람은 채 백만 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서울과 그 주변, 그러니까 수도권에는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이 모여 삽니다. 국토 면적으로 따지면 겨우 12퍼센트에 불과한 땅에 말입니다. 도쿄는 어떨까요. 일본 전체 인구의 3분의 1 가까이가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라고스, 뭄바이, 상파울루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매일 수만 명이 시골을 떠나 도시로 향하고, 도시는 그 사람들을 다 받아들이지 못해 몸살을 앓으면서도 계속 몸집을 불립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서울의 집값은 웬만한 직장인의 평생 저축으로도 감당하기 벅찹니다. 출퇴근길 지하철은 숨쉬기조차 힘들 만큼 붐빕니다. 공기는 탁하고,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 채 몇 년을 지내는 일이 흔합니다. 반면 조금만 벗어나면 넓은 마당이 있는 집을, 훨씬 싼값에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도시로, 도시로 향합니다. 왜 그럴까요. 도대체 도시의 무엇이 이토록 강력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걸까요.

사람이 모이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아주 단순한 실험을 하나 생각해봅시다. 어느 마을에 구두 수선공이 딱 한 명 있다고 해봅시다. 그 마을 사람이 백 명이라면 이 수선공은 그럭저럭 먹고삽니다. 그런데 마을 인구가 만 명으로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구두 수선공 한 명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열 명, 스무 명의 수선공이 필요해지고, 그중 누군가는 등산화만 전문으로 고치고, 누군가는 명품 구두만 다루기 시작합니다. 인구가 백만 명이 되면 아예 구두 박물관이 생기고, 구두 디자인 학교가 세워지고, 세계적인 구두 브랜드의 지사가 들어옵니다.

이것이 도시가 커지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경제학자들은 이 현상을 ‘집적의 경제(agglomeration economies)’라고 부릅니다. 사람이 한곳에 많이 모이면 그만큼 다양한 일자리, 다양한 서비스, 다양한 전문성이 생겨날 여지가 커진다는 뜻입니다. 시골 마을에서는 전혀 존재할 수 없는 직업이 대도시에서는 버젓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습니다. 웹툰 채색 전문가, 반려동물 마사지사, 유튜브 편집자, 스타트업 전담 세무사 같은 일들 말입니다. 이런 세분화된 직업은 최소한의 수요가 뒷받침되어야 존재할 수 있는데, 그 최소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인구 밀도입니다.

18세기 후반 영국의 맨체스터를 떠올려보면 이 원리가 더 선명해집니다. 산업혁명이 시작되자 방적 공장들이 맨체스터에 밀집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장 하나가 들어서면 그 공장에 원료를 대는 상인이 따라왔고, 기계를 수리하는 기술자가 필요해졌고, 노동자들이 먹고 잘 곳이 필요해지면서 여관과 식당이 생겼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한곳에 모이자 새로운 공장을 세우려는 사업가는 굳이 모든 인프라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미 숙련된 노동자가 있고, 부품을 대줄 업체가 있고, 물건을 실어 나를 운송 체계가 갖춰진 도시에 공장을 세우는 편이 훨씬 유리했습니다. 그렇게 맨체스터는 1750년 약 1만 8천 명에 불과하던 인구가 1850년에는 30만 명을 넘어서는 도시로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백 년 만에 인구가 열여섯 배로 불어난 셈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힐 때 생기는 것

집적의 경제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왜 사람들은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까지도 굳이 한곳에 몸을 부대끼며 모여 살려고 할까요. 화상 회의로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시대에,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종의 사람들조차 도시를 떠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지식의 파급 효과(knowledge spillover)’입니다. 실리콘밸리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스타트업 창업자는 카페에서 우연히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이 벤처 투자자일 수도 있고, 퇴근길에 마주친 이웃이 마침 자신이 겪는 기술 문제를 이미 풀어본 엔지니어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우연한 만남, 형식에 갇히지 않은 대화 속에서 아이디어가 오가고 문제가 풀립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은 이미 1890년에 이런 현상을 두고 “업계의 비밀이 더 이상 비밀이 아니게 된다”고 표현했습니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것처럼 지식이 퍼진다는 뜻이었습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밀집한 지역일수록 혁신의 속도가 빠르다는 결과가 반복해서 나타납니다. 미국의 여러 도시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인구 밀도가 두 배 높은 도시에서 노동생산성이 평균 2에서 5퍼센트가량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얼핏 작아 보이는 숫자지만, 도시 경제 전체로 환산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격차를 만들어냅니다. 화상 회의가 아무리 발전해도 이런 우연한 마주침, 비공식적인 정보 교류까지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재택근무가 늘어난 지금도 여전히 많은 기업이 사무실을 도시 한복판에 두려고 애쓰는 겁니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 사람을 찾는 일자리

세 번째 이유는 조금 더 개인적인 차원에 있습니다. 바로 노동시장의 ‘매칭’ 문제입니다.

작은 마을에 사는 회계사를 상상해봅시다. 이 마을에는 회계사가 필요한 회사가 단 세 곳뿐입니다. 이 회계사가 지금 다니는 회사와 맞지 않아 이직을 하고 싶어도 선택지가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서울 강남에는 회계 관련 일자리를 가진 회사가 수천 개에 달합니다. 이곳에서는 회계사도, 회계사를 뽑으려는 회사도 자신에게 딱 맞는 상대를 찾을 확률이 훨씬 높아집니다. 노동경제학에서는 이를 ‘두꺼운 시장(thick market)’ 효과라고 부릅니다. 시장에 참여자가 많을수록 서로에게 꼭 맞는 짝을 찾기가 쉬워진다는 뜻입니다.

이 원리는 특히 배우자가 있는 맞벌이 부부에게 강력하게 작용합니다. 한쪽은 반도체 엔지니어, 다른 한쪽은 큐레이터라고 해봅시다. 지방 소도시에는 반도체 공장은 있어도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드뭅니다. 두 사람이 각자 원하는 직업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함께 살 수 있는 곳은 결국 다양한 산업이 뒤섞여 있는 대도시권으로 좁혀지게 됩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두 사람 모두 전문직인 맞벌이 부부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대도시로의 인구 집중이 함께 심해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사랑과 커리어를 동시에 지키려는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들이 쌓여서, 도시를 계속 키우는 거대한 힘이 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왜 시골에는 사람이 줄어들기만 할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도시가 커지는 힘과 농촌이 작아지는 힘이 사실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세계 인구의 대부분은 농사를 지으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트랙터와 화학비료, 품종 개량이 이어지면서 농업 생산성이 치솟았습니다. 한국의 경우 1970년대에는 농가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5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예전에는 열 명이 매달려야 했던 농사를 이제는 한두 명이 기계의 도움으로 해낼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농촌에서 밀려난 노동력이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습니다. 시골에는 앞서 말한 다양한 일자리도, 우연한 만남이 주는 기회도, 배우자를 위한 두 번째 일자리도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젊은 세대일수록 자연스럽게 도시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도시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과 농촌이 사람을 밀어내는 힘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도시로의 쏠림은 한번 시작되면 좀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도시들의 성장, 숫자로 비교해보면

세계 여러 도시가 실제로 어떻게 커져왔는지 비교해보면 이 흐름이 더 뚜렷하게 보입니다.

도시1950년 인구2024년 인구(권역 기준)약 70여 년간 증가 배수
서울(수도권)약 140만 명약 2,600만 명약 18배
도쿄(수도권)약 680만 명약 3,700만 명약 5.4배
상하이약 620만 명약 2,900만 명약 4.7배
라고스약 33만 명약 1,600만 명약 48배
런던(대도시권)약 830만 명약 950만 명약 1.1배

이 표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증가 속도의 차이입니다. 런던처럼 이미 산업화를 일찍 끝낸 도시는 성장 속도가 완만해진 반면, 라고스나 서울처럼 20세기 후반에 급격한 산업화와 농촌 인구 유출을 겪은 도시는 폭발적으로 커졌습니다. 도시의 성장 속도는 결국 그 나라가 농업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최근에 넘어갔는지를 보여주는 거울과 같습니다.

그래서, 커지는 도시는 무엇을 남기는가

도시가 이렇게 커지면서 얻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치솟고,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배경에는 과도한 인구 집중이 만든 주거비 부담이 크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도쿄는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 기관 일부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정책을 오랫동안 추진해왔고, 한국도 세종시로 행정부처를 옮기며 비슷한 시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만큼 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일자리와 인프라, 그리고 앞서 말한 우연한 기회들이 몰려 있는 곳을 떠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도시의 성장이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닙니다. 도시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효율적인 발명품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도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자신의 책에서 도시가 오히려 환경에 이롭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펼칩니다. 아파트에 밀집해 살면 난방과 교통에 드는 에너지가 단독주택에 흩어져 사는 것보다 오히려 적게 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뉴욕 시민 한 사람이 배출하는 탄소량은 미국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그칩니다. 대중교통이 촘촘하고, 건물이 붙어 있어 냉난방 손실이 적기 때문입니다. 도시화가 반드시 환경 파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이 이야기가 의미하는 것

한국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이 현상을 겪고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수도권 인구 집중도는 이미 오이시디 국가 중 최상위권이고, 지방은 인구 감소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고 병원이 사라지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정부는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지만, 청년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서울을 향합니다.

이 글에서 살펴본 원리를 이해하면 왜 그런 정책들이 좀처럼 효과를 내지 못하는지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지방에 도로를 놓고 건물을 지어준다고 해서 집적의 경제와 지식의 파급 효과, 두꺼운 노동시장이 저절로 생겨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진짜 해법은 지방에도 다양한 산업과 일자리가 서로 얽혀 만들어내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있습니다. 그것이 훨씬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라는 사실이, 왜 이 문제가 수십 년째 풀리지 않고 있는지를 말해줍니다.

핵심 요약

  • 도시는 다양한 일자리와 서비스가 존재할 수 있는 최소 인구 규모, 즉 ‘집적의 경제’를 만들어낸다
  • 사람들이 밀집해 있으면 우연한 만남과 정보 교류를 통해 ‘지식의 파급 효과’가 일어나 혁신 속도가 빨라진다
  • 참여자가 많은 ‘두꺼운’ 노동시장일수록 개인에게 꼭 맞는 일자리를 찾기 쉬워지고, 맞벌이 부부에게는 이 효과가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
  • 농업 생산성이 높아지며 농촌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동시에 도시가 사람을 끌어당기면서, 도시 집중은 한번 시작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이 된다
  • 도시 집중은 주거비 부담과 지방 소멸이라는 그림자를 남기지만, 에너지 효율 면에서는 오히려 환경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오늘의 한 문장

도시가 커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사람들이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내린 수많은 선택이 쌓여 만들어낸 결과다.

FAQ

Q1. 도시 인구가 늘어나면 집값은 왜 계속 오르나요? 도시로 유입되는 인구 속도만큼 주택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서울처럼 개발 가능한 땅이 제한된 도시는 수요가 몰려도 공급을 빠르게 늘리기 어려워 가격 상승 압박이 커집니다.

Q2. 재택근무가 늘어나면 도시 집중 현상이 줄어들까요? 일부 완화 효과는 있지만 근본적인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우연한 만남과 비공식적 정보 교류가 만들어내는 지식의 파급 효과는 화상 회의로 완전히 대체되지 않기 때문에, 팬데믹 이후에도 많은 기업과 인력이 도시로 돌아왔습니다.

Q3. 지방 소멸을 막을 방법은 없나요? 단순한 인프라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방에 서로 다른 업종이 얽혀 시너지를 내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지역 대학과 기업이 연계된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Q4. 세계에서 도시화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어디인가요? 싱가포르, 홍콩처럼 도시국가 형태의 지역은 도시화율이 사실상 100퍼센트에 가깝습니다. 일반 국가 중에서는 벨기에, 일본, 한국 등이 도시화율 90퍼센트를 넘는 대표적인 국가들입니다.

Q5. 도시가 커지는 것이 환경에 무조건 나쁜가요? 아닙니다. 밀집 주거는 난방과 교통에서 오히려 에너지 효율이 높아, 1인당 탄소 배출량이 교외나 농촌보다 낮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대기오염이나 폐기물 집중 같은 지역적 환경 문제는 별도로 관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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