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어떻게 평생 한순간도 쉬지 않고 뛸까요?
수술실의 불빛 아래, 환자의 가슴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낡은 심장은 이미 제거되었고, 그 자리에는 몇 시간 전까지 다른 사람의 몸속에서 뛰던 심장이 놓입니다. 외과의는 혈관을 하나씩 이어 붙입니다. 대동맥, 폐동맥, 좌심방, 우심방. 봉합이 끝나고 혈관 겸자를 풀면, 차갑게 식어 있던 심장에 다시 따뜻한 피가 흘러들어갑니다.
그리고 몇 초 뒤, 심장은 스스로 뛰기 시작합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이 심장은 아직 이 몸의 어떤 신경과도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뇌에서 내려오는 명령도, 척수를 타고 오는 자율신경의 신호도 없습니다. 원래 주인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 심장은 그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마치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듯, 규칙적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합니다.
우리는 흔히 심장이 뛰는 것을 뇌가 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긴장하면 심장이 빨리 뛰고, 잠들면 느려지니까요. 그런데 이식된 심장은 그 상식을 정면으로 뒤집습니다. 신경이 없어도, 심지어 몸 밖 배양액 속에 놓여 있어도 심장은 계속 뜁니다. 그렇다면 심장을 뛰게 만드는 진짜 명령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뇌가 시키는 일이 아니라면, 누가 시키는 것일까
18세기 말,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해부학자 루이지 갈바니는 죽은 개구리의 다리에 금속 도구를 대자 다리 근육이 움찔거리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는 이것을 생명체 안에 흐르는 고유한 전기, 이른바 ‘동물 전기’라고 불렀습니다. 갈바니의 동료였던 물리학자 알레산드로 볼타는 이 현상이 생명체의 신비가 아니라 서로 다른 금속이 만나 생기는 화학적 전기 반응이라고 반박했고, 두 사람의 논쟁은 이후 전지의 발명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논쟁이 진짜로 풀어야 했던 질문은 따로 있었습니다. 신경이나 뇌와 분리된 근육도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심장은 이 질문에 가장 완고하게 저항하는 기관이었습니다. 몸에서 꺼낸 심장을 적절한 용액에 담가두면, 놀랍게도 몇 시간이고 계속 박동한다는 사실이 오래전부터 관찰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19세기 중반, 체코의 생리학자 얀 푸르키네는 심장 내벽 아래에서 젤라틴처럼 보이는 독특한 섬유 조직을 발견했습니다. 1880년대에는 영국의 생리학자 월터 개스켈이 심장의 박동이 대정맥이 들어오는 부위 근처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관찰했습니다. 1893년에는 빌헬름 히스 2세가 심방과 심실을 잇는 전도 다발을 찾아냈고, 1906년 일본의 병리학자 다와라 스나오는 그 다발의 시작점에 자리한 특수한 조직 덩어리를 발견했습니다.
이 흩어진 발견들을 하나로 꿰어 맞춘 것은 1907년, 영국의 해부학자 아서 키스와 그의 제자 마틴 플랙이었습니다. 어느 여름날, 두더지의 심장 조직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던 플랙은 우심방, 대정맥이 들어오는 지점 바로 옆에서 낯선 구조를 발견했습니다. 스승 키스와 함께 여러 포유류의 심장을 조사한 끝에, 두 사람은 이 구조가 심장 박동이 시작되는 지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오늘날 동방결절, 흔히 굴심방결절이라 불리는 이 조직이 바로 그것입니다.
스스로 전기를 만드는 세포
동방결절을 발견했다는 것과, 그 안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이후 수십 년에 걸친 전기생리학 연구는 이 작은 조직 안의 세포들이 다른 근육 세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성질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우리 몸의 대부분의 근육 세포는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다가, 신경에서 신호가 도착해야만 비로소 반응합니다. 그런데 동방결절의 세포는 다릅니다. 이 세포들은 애초에 안정된 상태에 오래 머무르지 않습니다. 한 번 수축한 뒤 세포막의 이온 통로들이 나트륨과 칼슘 이온을 서서히 세포 안으로 흘려보내면서, 막의 전위는 저절로 다시 임계점을 향해 기어오릅니다. 마치 자명종이 울리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태엽을 감아 다음 알람을 예약해두는 것과 비슷합니다. 임계점에 도달하면 전기 신호가 터져 나오고, 이 신호는 심방 전체로 퍼져 심방을 수축시킵니다.
문제는 심방과 심실이 동시에 수축하면 곤란하다는 점입니다. 심방이 먼저 피를 심실로 밀어 넣어야 하는데, 두 방이 한꺼번에 조여들면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못합니다. 그래서 신호는 심방과 심실 사이에 있는 방실결절이라는 지점에서 아주 짧게 지체됩니다. 이 미세한 지연 덕분에 심방이 먼저 수축을 마치고, 그다음 신호가 히스 다발과 푸르키네 섬유를 타고 심실 전체로 빠르게 퍼져 나가 심실이 강하게 수축합니다. 심장은 이렇게 정교하게 조율된 순서 덕분에 매번 효율적으로 피를 내보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뇌와 자율신경은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동방결절은 홀로 두면 분당 100회 안팎으로 뛰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 우리의 심박수는 분당 70회 안팎에 머무릅니다. 미주신경이 계속해서 브레이크를 걸고 있기 때문입니다. 뇌와 신경은 심장에 박동하라고 명령을 내리는 존재가 아니라, 이미 스스로 뛰고 있는 심장의 속도를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존재에 가깝습니다. 이식된 심장이 수술 직후 유난히 빠르게 뛰는 것도 이 미주신경의 제동이 아직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심장은 정말 한 번도 쉬지 않을까요
여기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심장이 평생 쉬지 않는다는 말은 정확히 무슨 뜻일까요. 만약 이 말을 팔이나 다리의 근육처럼 계속 힘을 주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팔 근육에 짧은 간격으로 신호를 계속 보내면, 개별 수축들이 서로 겹쳐지면서 하나의 길고 강한 수축, 이른바 강직수축으로 이어집니다. 무거운 물건을 오래 들고 있을 때 팔이 부들부들 떨리다가 결국 힘이 풀리는 것도 이 강직수축과 피로의 결과입니다. 만약 심장 근육이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심실이 한 번 수축한 채로 얼어붙어 다시 이완하지 못하는 순간, 혈액 순환은 그대로 멈추게 됩니다.
심장 근육은 이런 사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장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심장 세포는 한 번 흥분하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그 어떤 자극에도 다시 반응하지 않는 상태, 즉 불응기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 불응기의 길이가 절묘합니다. 심장 근육의 불응기는 수축이 지속되는 시간과 거의 맞먹을 만큼 깁니다. 그래서 심실이 수축을 채 끝내기도 전에 새로운 신호가 도착해 겹쳐 쌓이는 일이 원천적으로 일어날 수 없습니다. 심장은 반드시 완전히 이완해서 다음 박동을 준비할 시간을 확보한 뒤에야 다시 수축합니다.
| 구분 | 골격근 | 심장근 |
|---|---|---|
| 불응기 길이 | 매우 짧음 | 수축 시간과 비슷할 만큼 김 |
| 연속 자극 시 반응 | 수축이 겹쳐 강직수축 발생 | 수축이 겹치지 않음 |
| 결과 | 오래 힘주면 지속 수축·피로 | 매 박동마다 반드시 이완 |
결국 심장이 한순간도 쉬지 않는다는 말은, 근육이 계속 조여져 있다는 뜻이 아니라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심장은 매 박동 사이에 짧지만 반드시 완전한 휴식, 곧 이완기를 확보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휴식이 1초도 채 되지 않을 만큼 짧고, 그 짧은 휴식이 하루에도 십만 번 가까이 반복될 뿐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던 ‘쉬지 않는 심장’이라는 표현은, 정확히는 ‘쉬는 시간을 극도로 압축해 평생 반복하는 심장’이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숫자로 보는 심장의 하루
이 압축된 리듬이 얼마나 방대한 규모로 반복되는지는 숫자로 보면 더 실감이 납니다. 평상시 심박수를 분당 70회 정도로 잡으면, 심장은 하루에 약 10만 번 박동합니다. 이런 속도로 70년을 산다고 가정하면, 평생 박동 수는 대략 25억 번에서 30억 번 사이에 이릅니다. 사람마다 안정 시 심박수와 수명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는 개인차가 있지만, 미국심장협회는 70년 동안 심장이 25억 번 넘게 뛴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만큼 쉬지 않고 일하려면 당연히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심장 근육 세포, 곧 심근세포는 인체의 여러 세포 가운데 미토콘드리아 밀도가 가장 높은 축에 속합니다. 세포 부피의 약 30퍼센트에서 40퍼센트를 미토콘드리아가 차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작은 발전소인데, 심근세포는 그 발전소를 세포 대부분을 채울 만큼 빽빽하게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그 결과 성인의 심장은 하루에 대략 6킬로그램에 달하는 ATP, 곧 세포의 에너지 화폐를 소모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심장 자체의 무게보다 훨씬 무거운 양의 에너지 물질을 매일 만들어 쓰는 것과 같습니다.
신경 없이도 뛰는 심장이 알려주는 것
이식 수술을 받은 심장이 평생 겪는 일도 흥미롭습니다. 심장 이식 후 첫 6개월에서 1년 동안, 새 심장은 사실상 완전히 신경이 끊긴 상태로 지냅니다. 부교감신경의 제동이 사라진 탓에 이식된 심장은 보통 사람보다 더 빠른 안정 시 심박수를 유지하며, 운동을 시작해도 심박수가 즉각 오르지 못하고 서서히 반응합니다. 몸을 타고 도는 호르몬에 의존해 속도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신경이 다시 자라 들어오기도 하지만, 그 재연결은 대개 불완전하고 부분적인 수준에 머무릅니다.
그럼에도 이 심장들은 대부분 수십 년 동안 문제없이 뛰며 환자의 생명을 지탱합니다. 이는 심장의 리듬이 뇌나 신경계가 만들어내는 산물이 아니라, 심장 자체에 내장된 고유한 성질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뇌는 심장에게 뛰라고 명령하지 않습니다. 뇌는 이미 스스로 뛰고 있는 심장에게, 지금은 조금 더 빨리 혹은 천천히 뛰어달라고 부탁할 뿐입니다.
이 원리는 오늘날 의료 현장에서도 그대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동방결절 자체가 병들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삽입하는 인공 심박동기는, 사실 자연이 이미 설계해둔 방식을 그대로 흉내 낸 장치에 가깝습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전기 신호를 만들어 심장 근육에 전달한다는 점에서, 인공 심박동기는 인간이 만든 최초의 발명품이라기보다 동방결절이라는 원본을 재현한 정교한 복제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수술실로
봉합이 끝나고 몇 초가 흐른 뒤, 심장은 스스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을 지켜보는 사람에게는 기적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장면이 그렇게 낯설지 않습니다. 심장 안에는 두더지의 심방 조직 한 조각에서 발견된 작은 세포 무리가 있고, 그 세포들은 신경의 명령 없이도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내며, 그 신호가 정교하게 지연되고 퍼져 나가는 경로를 따라 온몸 구석구석까지 혈액을 실어 나릅니다.
그 심장은 몇 시간 전까지 다른 몸속에 있었고, 지금은 낯선 몸속에서 다시 처음부터 리듬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누구의 명령도 받지 않은 채로 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심장은 정말로 단 한 순간도 쉬지 않나요?
완전히 멈춘 채 쉬는 시간은 없지만, 매 박동 사이에는 심실이 완전히 이완하는 짧은 휴식, 곧 이완기가 반드시 존재합니다. 이 휴식이 매우 짧고 빠르게 반복될 뿐, 근육이 계속 힘을 준 채로 버티는 것은 아닙니다.
이식된 심장은 신경 없이 어떻게 다시 뛰기 시작하나요?
심장 박동의 시작 신호는 뇌나 신경이 아니라 심장 자체에 있는 동방결절이라는 조직에서 스스로 만들어집니다. 신경이 연결되지 않아도 이 조직이 정상적으로 남아 있다면 심장은 자발적으로 박동을 시작합니다.
동방결절이 고장 나면 어떻게 되나요?
동방결절의 기능이 떨어지면 심박수가 지나치게 느려지거나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인공 심박동기를 삽입해 동방결절을 대신해 규칙적인 전기 신호를 만들어 주는 치료가 이루어집니다.
평생 심장은 몇 번이나 뛰나요?
안정 시 심박수를 분당 70회 정도로 가정할 경우, 70년을 사는 동안 심장은 대략 25억 번에서 30억 번 정도 박동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개인의 심박수와 수명에 따라 이 수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운동을 하면 왜 심장이 빨리 뛰나요?
동방결절은 원래 분당 100회 안팎으로 뛰려는 성질이 있지만, 평소에는 미주신경이 그 속도를 낮추어 놓습니다. 운동을 하면 교감신경의 활동이 강해지고 미주신경의 제동은 약해지면서, 동방결절 본래의 빠른 리듬에 가까워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