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투자자

손실회피는 왜 돈을 잃게 만들까?

2008년 봄, 미국의 한 중년 투자자는 자신의 은퇴자금 계좌를 열어보고 있었습니다. 그가 3년 전 4만 달러를 주고 산 주식은 이제 절반 가격으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했습니다. “손절하고 다른 데 넣어.” 하지만 그는 팔지 않았습니다. “본전만 찾으면 팔 거야.” 그의 말이었습니다. 그렇게 6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주가는 본전 근처에도 가지 못했고, 그가 그 6년 동안 다른 곳에 투자했다면 얻었을 수익은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그는 손해를 본 것이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더 큰 손해를 스스로 선택한 것입니다.

이상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사실 이것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사람들은 돈을 벌 때보다 잃을 때 훨씬 더 크게 반응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반응이, 역설적으로 사람들을 더 가난하게 만듭니다. 심리학자들은 이 현상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손실회피(loss aversion)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 뇌는 이토록 비합리적으로 설계되어 있는 걸까요? 그리고 이 오래된 심리적 습관은 어떻게 21세기 주식 앱과 신용카드 명세서 속에서 여전히 우리 지갑을 조종하고 있을까요?

만 원을 잃는 것과 만 원을 얻는 것, 같은 무게일까?

1979년, 이스라엘 출신의 두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아주 간단한 실험 하나로 경제학의 오래된 전제를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20만 원을 받고, 뒷면이 나오면 10만 원을 잃습니다. 이 게임을 하시겠습니까?”

수학적으로 보면 이 게임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기댓값을 계산해 보면 (20만 원 × 50%) – (10만 원 × 50%) = 5만 원. 평균적으로 참가자는 이득을 봅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 질문을 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임을 거부했습니다. 이익의 크기가 손실의 두 배나 되는데도 말입니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이익과 손실의 비율을 조금씩 조정하며 사람들이 언제 게임에 참여하기 시작하는지를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사람들이 10만 원의 손실 가능성을 받아들이려면, 예상 이익이 최소 20만 원에서 25만 원 정도는 되어야 했습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손실을 이익보다 약 2배에서 2.5배 더 무겁게 느낀다는 것입니다.

이 발견은 훗날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이라는 이름으로 정리되었고, 카너먼은 이 연구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심리학자가 경제학상을 받은 것 자체가, 인간이 그동안 경제학 교과서가 가정해온 것처럼 이성적으로 계산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우리 뇌는 왜 손실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까?

그렇다면 질문은 이것입니다. 왜 인간의 뇌는 이렇게 비대칭적으로 설계되었을까요?

진화심리학자들은 이 질문에 흥미로운 답을 내놓습니다. 수만 년 전 초원에서 살아가던 인류의 조상에게, 얻는 것과 잃는 것은 결코 대등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오늘 사냥에 실패해서 먹이를 얻지 못하면 내일 다시 시도하면 됩니다. 하지만 오늘 가진 식량이나 생명을 잃으면, 그것으로 끝일 수 있습니다. 죽음에는 다음 기회가 없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이익을 놓치는 실수보다 손실을 당하는 실수가 훨씬 치명적입니다. 그래서 진화는 손실에 훨씬 더 강하게 반응하는 뇌를 선택했습니다. 위험을 과대평가하고, 안전을 과대평가하는 개체가 살아남았습니다. 손실회피는 버그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정교하게 다듬어진 기능이었던 셈입니다.

문제는 이 기능이 만들어진 환경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사바나에서 생존을 위해 필요했던 본능이, 주식 시장이라는 전혀 다른 무대에서는 오히려 우리의 발목을 잡습니다. 맹수를 피하는 데는 유용했던 본능이, 변동성 있는 자산을 다루는 데는 독이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신경과학자들은 fMRI 장비로 사람들의 뇌를 들여다보며 이 현상을 확인했습니다. 사람이 손실 가능성에 직면했을 때, 공포와 위협을 감지하는 편도체(amygdala)가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반면 같은 크기의 이익을 마주했을 때는 그만큼 강렬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뇌는 문자 그대로, 손실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머그컵 실험이 보여준 소유의 마법

손실회피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바로 ‘보유 효과(endowment effect)’ 실험입니다.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는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한 그룹에게는 학교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을 나눠주고, 원하는 가격에 팔라고 했습니다. 다른 그룹에게는 같은 머그컵을 보여주고, 사고 싶은 가격을 말해보라고 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머그컵의 가치는 어느 그룹이든 동일해야 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머그컵을 이미 손에 쥔 그룹은 평균적으로 약 7달러를 받아야 팔겠다고 했습니다. 반면 아직 머그컵을 갖지 않은 그룹은 평균 3달러 정도만 지불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같은 물건인데, 소유하는 순간 그 가치가 두 배 넘게 뛰어오른 것입니다.

이 실험이 말해주는 것은 단순합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갖게 되는 순간, 그것을 잃는다는 상상만으로도 고통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고통을 피하기 위해, 실제 가치보다 훨씬 높은 값을 매기게 됩니다. 집을 팔 때 시세보다 비싼 값을 부르는 집주인, 오래된 물건을 좀처럼 버리지 못하는 사람, 정든 회사를 떠나지 못하는 직장인. 이 모든 모습 뒤에는 같은 심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손실회피가 투자자의 지갑을 갉아먹는 방식

이제 다시 처음의 투자자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그는 왜 손해 보는 주식을 6년이나 붙들고 있었을까요?

행동재무학에서는 이 현상을 ‘처분 효과(disposition effect)’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은 오르는 주식은 서둘러 팔아 이익을 확정 짓고, 떨어지는 주식은 오히려 더 오래 보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논리적으로는 정반대여야 합니다. 오르는 종목은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으니 더 들고 있고, 떨어지는 종목은 더 떨어지기 전에 손절해야 합리적이니까요. 하지만 실제 투자자들의 행동은 정반대로 나타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주식을 파는 행위는 이익이든 손실이든 그것을 ‘확정’짓는 행위입니다. 오르는 주식을 팔면 이익이 확정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떨어지는 주식을 팔면 손실이 확정되고, 그 순간 극심한 고통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고통을 미루기 위해 손실 종목을 계속 붙들고, “팔지만 않으면 아직 손해 본 게 아니다”라는 심리적 자기 위안 속에 머뭅니다.

문제는 시장이 사람의 감정을 봐주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손실 종목을 오래 붙들고 있는 동안, 그 돈으로 얻을 수 있었던 다른 기회들, 즉 기회비용은 계속 쌓여갑니다. 여러 금융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손실 회피 성향이 강한 투자자일수록 장기 수익률이 낮다는 것입니다. 손실을 피하려는 노력이, 결과적으로 더 큰 손실을 만들어내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카지노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납니다. 도박에서 돈을 잃기 시작한 사람은 멈추지 못하고 계속 베팅을 이어가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를 ‘본전 심리(break-even effect)’라고 부르는데, 잃은 돈을 되찾아야 한다는 강박이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지금 멈추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인 순간에도, 뇌는 손실을 확정 짓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계속 판을 키우라고 속삭입니다.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는 것들

손실회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겁이 많은 사람’이나 ‘소심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특별한 성향이라는 오해입니다. 하지만 손실회피는 특정 성격 유형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뇌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인지 구조입니다. 대담한 투자자든 신중한 투자자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든 평범한 직장인이든,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이 편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또 하나의 오해는 손실회피가 늘 나쁘기만 하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손실회피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무모한 도박을 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안전장치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본능이 시도 때도 없이, 특히 장기적인 판단이 필요한 순간에 과도하게 작동한다는 데 있습니다. 즉 손실회피 자체가 결함이 아니라, 그것이 작동해야 할 상황과 작동하지 말아야 할 상황을 뇌가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진짜 문제입니다.

이익과 손실에 대한 인간의 반응 비교

구분이익을 얻을 때손실을 입을 때
심리적 강도상대적으로 약함이익 대비 약 2~2.5배 강함
뇌의 반응 부위보상 관련 회로 (도파민 계통)편도체 등 위협 감지 회로
대표 행동이익 종목을 빨리 매도손실 종목을 오래 보유
의사결정 성향위험을 회피하려는 경향위험을 감수하려는 경향 (본전 심리)
진화적 맥락여러 번 기회가 있음되돌리기 어려운 치명적 상황 가능

이 표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세 번째 줄과 네 번째 줄입니다. 사람들은 이익 앞에서는 안전하게 굴고, 손실 앞에서는 오히려 위험하게 굴습니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이를 두고 “이익 영역에서는 위험 회피적, 손실 영역에서는 위험 추구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뒤바뀐 태도가 바로 수많은 투자 실패의 근본 원인입니다.

손실회피는 투자 앱과 마케팅에서 어떻게 이용될까?

이 오래된 심리적 습관은 오늘날 스마트폰 화면 안에서 매우 정교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주식 거래 애플리케이션들은 실시간으로 오르내리는 빨간색과 파란색 숫자를 보여줍니다. 이 색상 표시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은 손실에 대한 불안을 더 자주, 더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실제로 하루 종일 주가 등락을 확인하는 투자자일수록 손실회피 성향으로 인한 잘못된 매매 결정을 더 자주 내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반대로 수익률을 한 달에 한 번만 확인하도록 설계를 바꾸면, 투자자들은 더 긴 안목으로 투자하고 더 나은 성과를 낸다는 실험 결과도 존재합니다.

마케팅 분야에서도 손실회피는 오래전부터 활용되어 왔습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이 가격에 살 수 없습니다”, “한정 수량, 마감 임박” 같은 문구들은 모두 사람들의 손실회피 심리를 자극합니다. 무료 체험 후 자동 결제로 전환되는 구독 서비스 역시 비슷한 원리를 이용합니다. 사람들은 서비스를 얻는 이익보다, 이미 사용해본 서비스를 잃는다는 상실감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에 해지를 미루게 됩니다.

보험 산업 역시 손실회피 위에 세워진 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확률적으로는 손해인 보험 상품에 기꺼이 가입하는 이유는, 아주 작은 확률이라도 큰 손실을 당할 가능성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본능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그렇다면 손실회피는 극복할 수 없는 숙명일까요?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그 영향을 줄이는 방법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행동경제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제안하는 방법 중 하나는 ‘사전 규칙 설정’입니다. 감정이 흔들리기 전에 미리 손절매 기준과 매도 기준을 정해두고, 그 규칙을 기계적으로 따르는 것입니다.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에 판단을 내리는 대신, 냉정할 때 만들어둔 규칙에 결정을 맡기는 방식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투자 성과를 확인하는 빈도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것입니다. 매일 주가를 확인하는 대신 분기별로 한 번씩만 계좌를 열어본다면, 단기적인 등락에 휘둘리는 감정적 반응 자체를 줄일 수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전체를 보는 습관도 도움이 됩니다. 개별 종목 하나하나의 손익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전체 자산의 관점에서 판단하면 손실회피의 왜곡된 무게감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핵심 요약

  • 사람은 손실을 이익보다 약 2배에서 2.5배 더 무겁게 느낀다.
  • 이 현상은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전망이론을 통해 처음 체계적으로 증명되었다.
  • 손실회피는 진화 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형성된 본능이지만, 현대 금융 환경에서는 오히려 손실을 키운다.
  • 투자자들은 오르는 주식은 빨리 팔고, 떨어지는 주식은 오래 붙드는 처분 효과를 보인다.
  • 소유한 물건의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보유 효과 역시 손실회피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 사전에 정한 규칙, 확인 빈도 줄이기, 전체 포트폴리오 관점은 손실회피의 부작용을 줄이는 실질적인 방법이다.

오늘의 한 문장

손실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때로는 그 손실 자체보다 더 큰 손해를 만든다.

FAQ

Q1. 손실회피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을 심리적으로 훨씬 더 크게, 대략 2배에서 2.5배 정도 무겁게 느끼는 인간의 인지 편향을 말합니다.

Q2. 손실회피와 위험 회피는 같은 개념인가요? 다릅니다. 위험 회피는 불확실성 자체를 피하려는 성향이고, 손실회피는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대칭적 감정 반응을 가리킵니다.

Q3. 손실회피 때문에 투자에서 손해를 보는 대표적인 예는 무엇인가요? 오르는 주식은 서둘러 팔고 떨어지는 주식은 계속 보유하는 처분 효과가 대표적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투자 수익률을 낮추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Q4. 손실회피는 훈련으로 줄일 수 있나요?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사전에 매매 규칙을 정해두거나 계좌 확인 빈도를 줄이는 방법 등으로 그 영향을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Q5. 손실회피는 투자 외에 어디에서도 나타나나요? 소유한 물건을 실제 가치보다 비싸게 평가하는 보유 효과, 구독 서비스 해지를 미루는 습관, 마케팅의 한정 수량 문구 등 일상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었다면 주변 사람과 공유해 보세요.

함께 읽으면 좋은 글